MAGAZINE B No.83 유튜브(YOUTUBE) 국문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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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든세 번째 매거진 <B>입니다.

10여 년 전 지인으로부터 유튜브가 세상을 지배하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저는 쉽게 공감하지 못하고 가볍게 넘겼습니다. 영상물은 아무나 쉽게 만들 수 없을뿐더러, 큰 용량의 영상 데이터는 텍스트나 사진처럼 공유하기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때의 제 판단이 완전히 틀린 것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유튜브에 대해 깊은 관심뿐 아니라 즐기는 삶을 살고 있으니 유튜브는 정말 할 이야기가 많은 기업이자 브랜드입니다.

요즘 대중들이 유튜브 시청에 소비하는 시간이 나이와 국경을 넘어 절대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보면 유튜브의 확장은 IT 업계의 변화가 아닌 미디어의 패러다임이 송두리째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에 근접한 영상물을 쉽게 제작할 수 있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확산 그리고 데이터 통신의 발달이 지금의 유튜브가 존재하게 된 기반이라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거기에 유튜브의 창작자에 대한 수익 배분 모델은 창작 동기를 넘어 직업관에 영향을 미쳤고, 기업의 사업 모델로까지 정착했습니다.

저는 현재의 유튜브를 기존 미디어와 구분하는 가장 중요하고 큰 특징으로 유튜브의 메인 피드 그리고 재생 영상 아래로 추천 콘텐츠를 배치하는 알고리즘을 꼽습니다. 방송국 같은 전통적 미디어의 경우 사용자가 특정 채널을 선택하는 정도이지만, 유튜브는 사용자가 구독하는 콘텐츠보다 ‘알아서 유튜브가 추천해주는 콘텐츠’를 우선으로 하는 독자적 편성 방식 때문에 완전히 다른 미디어가 되었습니다. 이 말은 곧 기존 미디어를 존재하게 만든 편성과 배급에 대한 권력이 구독자 데이터 기반의 추천 로직으로 넘어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추천 로직을 통해 구독자의 피드에 편성되기 위해서는 정말로 좋아서 끝까지 시청하는 행위만이 의미가 있게 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하나의 유의미한 미디어가 되어 수많은 구독자를 거느리는 유튜버들은 어떻게 성장했을까요? 이제까지 제가 이들에게서 찾아낸 공통적 특징은 예상과 달리 ‘재미있고 자극적인 콘텐츠’가 아닌 ‘성실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잠깐의 자극이나 재미와 다르게 성실하고 매력이 있는 사람을 ‘다시’ 보고 싶어 한다는 건 아주 인간적인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저는 유튜브가 가져온 미디어의 변화는 역설적이게도 가장 ‘인간적’인 미디어로의 변화라고 봅니다. 모든 구독자 개개인에게 각기 다르게 작동하는 인공지능 추천 로직 덕분에 가장 인간적인 미디어를 만든 셈이니 지금까지 인공지능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이 있었다면 조금 생각을 다르게 해볼 일입니다.

크리에이티브한 유튜브 스타가 되어 돈을 잘 벌고 싶은 마음에 더 좋은 장비와 멋진 편집 기술을 알아보고 있었다면 잠시 그 일을 멈춰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대신 아주 사소하더라도 깊이 몰입하는 ‘나다운 삶의 시간’이 존재하는지, 그리고 나에게 ‘성실함’이라는 태도가 부족하지는 않은지 살펴봐야 할 것입니다.


발행인 조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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